상담자를 위한 AI 도구, 기록을 줄이는 것보다 다시 보는 일
상담자를 위한 AI 도구를 찾다 보면 기록과 행정을 빠르게 처리하는 기능을 먼저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상담자에게 필요한 도구는 기록을 대신 해석하기보다 자신의 기록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도구일 수 있습니다.
AI에게 오래된 상담기록을 읽혀본 뒤, 한동안 비슷한 시도들을 찾아보았다.
나처럼 상담기록을 다시 읽어보려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았다.
상담기록을 기본으로 AI를 활용하려는 시도들이 이미 있을 것 같았다.
내가 너무 혼자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상담자를 위한 AI 도구는 무엇을 줄여 주는가
해외에는 상담 내용을 자동으로 기록해주거나, 상담 후 노트를 정리해주거나, 다음 회기 준비를 도와주는 AI 도구들이 이미 나오고 있었다.
어떤 도구들은 상담자의 기록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두고 있었고, 어떤 도구들은 센터의 문서나 결제등의 관리 업무를 돕는 방향으로 소개되고 있었다.
처음에는 조금 반가웠다.
상담이 끝난 뒤에도 남는 기록, 정리, 다음 회기 준비의 부담은 많은 상담자들이 겪는 문제일 것이다.
상담자를 덜 힘들게 만들려는 도구가 나오는 것도 자연스러운 흐름처럼 보였다.
그런데 조금씩 읽다 보니, 내 생각과는 뭔가 좀 다르다는 느낌도 들었다.
많은 도구들은 상담자를 바쁜 사람, 기록에 지친 사람, 행정 부담을 줄여야 하는 사람으로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물론 상담자는 실제로 바쁘고, 기록은 실제로 부담이 된다.
요새는 정부지원이나 기관 지원으로 상담을 받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는데, 공통적으로 많은 서류와 절차를 요구한다.
상담이 끝난 뒤에도 기록을 남기고, 다음 상담을 준비하고, 필요한 서류와의 싸움에 지쳐있는데 거기다가 여러 내담자와의 상담에서 나를 붙잡고 있어야 한다.
그 부담을 줄여주는 도구는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내가 관심을 가졌던 부분과는 조금 달랐다.
기록을 빨리 정리하는 것과 다시 보는 것
이미 작성한 기록을 다시 읽으면서, 내가 보지 못했던 부분을 조금이라도 보고 싶었다.
내 기록 안에 들어 있는 내 관점의 한계를 조금이라도 벗어나 보고 싶었다.
상담자 판단을 대신하지 않는 도구를 찾으며
나는 내 상담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내가 어떤 장면에서 반복해서 비슷하게 반응하고 있는지, 내담자의 어떤 표현을 지나쳤는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달라진 것은 무엇인지 다시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상담기록을 다시 읽는 일은 업무를 줄이기 위한 일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가 내 상담을 다시 만나는 일이기도 했다.
이미 지나간 상담을 다시 붙잡고, 그 안에서 내가 보지 못했던 것을 조금 더 보려고 했던 일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상담기록 다시보기는 효율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나의 발달을 위한 방법이기도 했다.
해외 사례들을 찾아보며 오히려 내 질문이 조금 더 분명해졌다.
내가 찾고 있던 것은 나를 대신해 기록을 정리해주는 AI만은 아니었다.
상담자를 평가하거나 점수를 매기는 AI도 아니었다.
가장 거부감이 느꼈던 건, 다음 상담에는 어떤 식으로 접근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라거나 다음 상담은 어떤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AI가 말해주는 부분이었다.
내가 그런 문장을 본다면 나는 그 상담 내내 그 문장에 잡혀 있을 것만 같았다.
내가 더 관심을 가진 것은 내가 자신의 기록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게 돕는 방식이었다.
AI가 “이 사례는 이렇다”고 말해주는 것보다, 상담자가 “정말 그런가?” 하고 다시 기록을 펼쳐볼 수 있는 일이 더 중요하게 느껴졌다.
AI가 낯선 시선을 던져줄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시선이 상담자에게 의미가 있으려면, 다시 기록으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어떤 말에서 그런 가능성이 나왔는지, 어느 회기에서 비슷한 흐름이 반복되었는지, 내가 놓친 부분이 정말 기록 속에 남아 있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결국 다시 처음으로 돌아왔다.
상담자를 위해 AI가 무엇을 대신해줄 수 있을까.
상담자가 자신의 기록을 다시 읽을 수 있으려면, AI는 어떤 방식으로 도와야 할까.
이 질문이 이후의 실험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