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사례 분석 프롬프트, “분석해줘”에서 질문을 바꾼 이유
상담사례 분석을 AI에게 처음 요청할 때는 “이 사례를 분석해줘”라고 말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여러 관점과 근거를 나누어 질문해야 상담기록의 애매함을 섣불리 하나의 결론으로 묶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사례를 분석해줘”에서 시작한 질문
상담기록을 AI에게 넣고, 거의 그대로 물었다.
“이 사례를 분석해줘.”
지금 생각하면 너무 넓은 질문이었다.
하지만 그때는 무엇을 어떻게 물어야 하는지도 몰랐다.
상담기록을 다시 읽고 싶었고, 내가 보지 못한 부분이 있는지 궁금했고, AI가 어떤 말을 해줄 수 있는지 알고 싶었다.
상담 흐름을 정리해달라고도 했고, 내담자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지 물어보기도 했다.
사례개념화처럼 정리해달라고 한 적도 있었다.
슈퍼비전 준비를 한다면 어떤 점을 볼 수 있을지 묻기도 했다.
AI는 상담기록을 읽고 전체 흐름을 정리했다.
내담자의 주요 어려움처럼 보이는 것들을 말했고, 상담자가 어떻게 개입하고 있는지도 설명했다.
어떤 답변은 생각보다 그럴듯했다.
내가 놓치고 있던 표현을 다시 보게 만들기도 했고, 여러 회기에 흩어져 있던 내용을 하나의 흐름처럼 묶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읽고 나면 조금 불편했다.
답이 나왔다.
너무 빨리 정리되어 있었다.
상담기록 안에는 여러 장면과 여러 가능성이 섞여 있는데, AI는 그것을 하나의 이야기로 매끄럽게 묶어내는 쪽으로 움직였다.
“이 사례는 이런 흐름입니다”라는 식의 문장을 읽다 보면, 잠깐은 이해가 된 것 같았다.
하지만 다시 생각하면 그 말이 상담기록의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확인하기 어려웠다.
“분석해줘”라는 질문은 편했다.
하지만 그 질문은 상담기록을 다시 읽게 하기보다, 또 하나의 가능성일 뿐이었다.
상담사례 분석 프롬프트에 근거와 한계를 넣는 이유
인터넷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AI에게 질문하는 방법’
역할을 바꾸면 보이는 것이 달라졌다
그냥 분석해달라고 하기보다, “정신분석가라면 어떻게 볼지 말해줘”라고 물었다.
어떤 때는 “대상관계의 관점에서 봐줘”라고 했고, 어떤 때는 “상담자의 반응을 중심으로 봐줘”라고 했다.
부모상담이 포함된 기록에서는 보호자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봐달라고 하기도 했다.
역할을 주자 답변은 달라졌다.
같은 상담기록인데, AI가 주목하는 부분이 달라졌다.
내담자 중심으로 보라고 하면 감정이나 반복되는 표현이 더 잘 드러났다.
상담자반응을 중심으로 보라고 하면 내가 어떤 방식으로 따라가고, 어디서 질문하고, 어디서 멈추었는지가 더 눈에 들어왔다.
장신분석가의 역할을 주면 무의식이나 불안처럼 조금 더 큰 틀의 이야기가 나왔다.
이 경험은 꽤 흥미로웠다.
상담기록은 하나인데, 어떤 역할을 부여하느냐에 따라 다시 보이는 부분이 달라졌다.
기록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었다.
비식별화가 귀찮은 나머지 하나의 사례를 반복적으로 돌렸었다.
달라진 것은 보는 자리이었다.
같은 문장도 내담자의 표현만으로 보면 다르게 보였고, 상담자의 반응만으로 보면 또 다르게 보였다.
대상관계나 정신분석 관점에서 보자고 하면 각각 내가 못보던 것들이 한 두개씩은 꼭 나오는 듯 했다.
그때부터 조금씩 알게 되었다.
상담사례 분석에서 중요한 것은 좋은 답 하나를 받는 것이 아닐 수 있었다.
오히려 같은 기록을 여러 자리에서 다시 보는 일이 더 중요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역할을 부여하는 방식도 충분하지는 않았다.
역할을 주면 답변은 풍부해졌다.
그러나 답변이 많아질수록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슈퍼바이저 역할의 답변, 정신분석가 역할의 답변, 상담자반응 중심의 답변이 각각 그럴듯했다.
그런데 그 답변들을 어떻게 비교해야 할지 막막했다.
어떤 자리는 내담자의 반복을 강조했고, 어떤 자리는 상담자의 개입을 강조했다.
어떤 자리는 부모와 환경을 중요하게 보았고, 어떤 자리는 회기 안에서 드러난 감정의 흐름을 더 크게 보았다.
모두 어느 정도 맞는 말처럼 보였지만, 그렇다고 모두 같은 무게로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자리가 늘어나자 가능성도 늘어났다.
자리가 늘어나자 결과물도 늘어났다.
1페이지 짜리 사례의 결과물이 5~6페이지로 늘어났다.
동시에 혼란도 늘어났고 엄청난 숙제를 받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정도까지는 아니였는데.
AI가 역할에 맞춰 그럴듯한 말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실제 기록에 근거한 말인지, 한두 장면을 전체 사례의 특징처럼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확인해야 했다.
역할을 바꾸면 기록이 새롭게 보였지만, 그 새로움이 곧바로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관점이 많아지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관점이 많아질수록 다시 근거가 필요했다.
AI가 어떤 가능성을 제안했다면, 그 가능성이 상담기록의 어디에서 나왔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했다.
상담자가 다시 기록에서 확인할 수 없다면, 여러 관점은 도움보다 혼란이 될 수도 있었다.
그래서 명령은 점점 길어졌다.
처음에는 한 문장이었다.
“이 사례를 분석해줘.”
그 다음에는 역할을 붙였다.
“슈퍼바이저의 관점에서 봐줘.”
“상담자반응을 중심으로 봐줘.”
“대상관계의 관점에서 다시 봐줘.”
그러다 보니 점점 더 구체적인 조건이 붙기 시작했다.
너무 확정적으로 말하지 말 것.
기록에서 근거를 찾아볼 것.
하나의 해석으로 정리하지 말 것.
여러 가능성을 나누어 볼 것.
상담자의 판단을 대신하지 말 것.
그때는 어떤 구조라고 부를 만큼 정리되어 있지는 않았다.
다만 질문이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AI에게 좋은 답을 요구하는 방식에서, 상담기록을 다시 보기 위한 명령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이 변화가 중요했다.
상담기록을 AI에게 읽히는 일은 단순히 더 좋은 분석을 받기 위한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내가 어떤 관점으로 기록을 다시 보고 싶은지, 어떤 근거를 확인하고 싶은지, 어떤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은지를 묻는 과정에 가까웠다.
그 질문들이 이후의 실험을 조금씩 더 구조화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