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기록 AI 요약 #2, 반복보다 예외와 작은 변화를 보는 이유

상담기록 AI 요약에서 반복되는 흐름만 남기면 예외와 작은 변화가 묻힐 수 있습니다. 사례개념화와 슈퍼비전에서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장면도 다시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례개념화에는 반복만큼 예외도 필요하다

상담사례를 이해할 때 반복은 중요하다.

반복되는 말, 반복되는 감정, 반복되는 관계 방식, 반복되는 방어, 반복되는 상담자반응은 사례개념화에서 중요한 단서가 된다.

반복되는 것을 보지 못하면 사례의 흐름을 놓치기 쉽다.

하지만 반복만 보면 사례가 너무 단순해진다.

사람은 반복만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반복되는 모습 옆에는 반복되지 않는 모습도 있다.

늘 피하던 내담자가 어느 순간은 다가오기도 한다.

늘 공격적으로 표현하던 아이가 어떤 장면에서는 조심스럽게 묻기도 한다.

늘 설명하려던 상담자가 어느 순간은 기다리기도 한다.

늘 같은 걱정을 말하던 보호자가 잠깐 다른 가능성을 말하기도 한다.

이런 예외는 크지 않다. 그래서 더 쉽게 지나간다.

하지만 상담에서는 작기 때문에 더 중요할 때가 있다.

아직 변화라고 말하기에는 이르지만, 다음 회기에서 다시 살펴볼 수 있는 단서일 수 있다.

상담자가 붙잡아볼 만한 작은 틈일 수도 있다.

긴 상담기록을 AI에게 한 번에 요약하게 하면 반복은 비교적 잘 보였다.

하지만 예외는 자주 사라졌다.

“늘 그랬다”는 잘 정리되는데,

“그런데 이 장면에서는 조금 달랐다”는 잘 남지 않았다.

나는 그 차이가 아쉬웠다.

상담기록에서 작은 변화가 묻히는 이유

상담에서 변화는 늘 크게 오지 않는다.

처음에는 피하던 주제를 아주 조금 언급하는 것.

상담자의 말을 바로 거절하던 내담자가 잠깐 멈추는 것.

놀이에서 반복되던 방식이 조금 달라지는 것.

부모상담에서 늘 같은 표현을 쓰던 보호자가 다른 말을 하나 덧붙이는 것.

이런 변화는 기록을 쓰는 순간에는 크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냥 지나가는 장면처럼 적어두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나중에 다시 읽어보면 다르게 보일 때가 있다.

“아, 이때 이미 조금 달라지고 있었구나.”

“여기서 상담자가 조금 다르게 반응했구나.”

“이 말은 뒤 회기와 연결해서 봐야겠구나.”

이런 식으로 말이다.

내가 상담기록을 다시 읽고 싶었던 이유도 여기에 가까웠다.

이미 알고 있는 전체 흐름을 다시 확인하는 것보다, 상담 중에는 지나쳤지만 기록 안에는 남아 있는 작은 변화를 보고 싶었다.

하지만 전체 요약은 이런 작은 변화를 잘 보여주지 못했다.

AI는 긴 기록을 읽으면서 큰 축을 잡는다.

주요 갈등, 반복되는 주제, 핵심 정서, 관계 양상 같은 것들이 앞에 나온다.

작은 변화는 그 큰 축 안에 흡수되거나, 아예 언급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긴 기록을 한 번에 요약하는 방식은 내가 원하던 다시보기와 조금 달랐다.

슈퍼비전 준비에는 다시 볼 위치가 필요하다

슈퍼비전 준비를 생각해봐도 비슷했다.

물론 전체 사례 요약은 필요하다. 내담자 정보, 주호소, 상담 경과, 주요 개입, 현재 고민을 정리하는 일은 중요하다.

슈퍼비전 자료를 만들 때도 이런 정리는 빠질 수 없다.

하지만 실제로 슈퍼비전에서 다루고 싶은 질문은 더 구체적인 장면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내가 이 장면에서 왜 이렇게 반응했을까.

이때 내담자의 침묵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부모상담에서 나온 말이 아동의 놀이와 관련이 있을까.

이 회기에서 상담자가 너무 빨리 개입한 것은 아닐까.

변화처럼 보이는 이 장면을 어떻게 봐야 할까.

이런 질문은 전체 요약만으로는 다루기 어렵다.

상담자에게 필요한 것은 “이 사례는 이런 흐름입니다”라는 설명만이 아니다.

다시 볼 위치가 필요하다.

어떤 장면을 가져가서 함께 검토할 것인지, 어떤 부분에서 상담자의 판단이 필요했는지, 어떤 장면이 아직 애매하게 남아 있는지 찾아야 한다.

AI가 전체를 잘 요약해주더라도, 상담자가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위치가 없으면 사용하기 어려웠다.

반대로 설명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다시 볼 장면이 분명하면 상담자는 그곳에서 자신의 판단을 이어갈 수 있다.

이때부터 상담기록 다시보기는 요약보다 위치 찾기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상담기록 다시보기는 요약보다 ‘다시 볼 자리’를 찾는 일에 가까웠다

상담기록을 다시 읽는다는 것은 긴 기록을 짧게 줄이는 일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기록 안에서 다시 볼 자리를 찾는 일에 가까웠다.

어디에서 변화가 시작되었는지.

어디에서 상담자의 반응이 반복되었는지.

어디에서 내담자의 말이 달라졌는지.

어디에서 부모상담과 아동상담이 연결되는지.

어디에서 아직 설명되지 않는 장면이 남아 있는지.

이런 위치를 찾을 수 있어야 상담자는 다시 기록으로 돌아갈 수 있다.

전체 요약은 기록을 덜 부담스럽게 만들어준다.

그 도움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전체 요약만으로는 다시 볼 자리가 충분히 남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잘 요약된 글은 상담기록을 다시 보게 하기보다, 이미 이해한 것처럼 느끼게 만들기도 했다.

내가 원했던 것은 상담기록을 덮게 만드는 요약이 아니었다.

다시 원문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정리였다.

다시 장면을 확인하게 만드는 표시였다.

상담자가 자신의 판단을 이어갈 수 있게 하는 구조였다.

그래서 다음 질문은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상담기록을 어떻게 나누어야 할까.

어떤 단위로 나누면 다시 읽기가 가능해질까.

너무 크게 나누면 작은 변화가 사라지고, 너무 작게 나누면 상담의 흐름이 끊긴다.

그 사이에서 다시 볼 수 있는 단위가 필요했다.

그때부터 상담기록을 장면 단위로 나누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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