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아이가 자신의 마음을 말하기 어려운 이유
착하다는 말을 듣는 아이가 정작 자신의 마음은 말하기 어려워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과 관계를 잃지 않으려는 자기 억압을 구분해 살펴봅니다.
“우리 아이는 정말 착해요.”
상담을 하다 보면 부모님들에게 자주 듣는 이야기입니다.
친구들과도 큰 갈등이 없고,
동생도 잘 챙기고,
부탁을 하면 싫은 내색 없이 잘 도와줍니다.
학교에서도 크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습니다.
그래서 부모는 안심합니다.
그런데 가끔은 그런 아이들이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하는 것을 유난히 어려워할 때가 있습니다.
무엇을 먹고 싶은지 물어보면 아무거나 괜찮다고 하고,
어디를 가고 싶은지 물어보면 부모가 정한 곳을 따라갑니다.
속상한 일이 있어도 괜찮다고 말하고,
억울한 일이 있어도 그냥 넘깁니다.
처음에는 성숙한 모습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부모도 점점 궁금해집니다.
“얘는 도대체 뭘 좋아하지?”
“진짜 괜찮은 건가?”
“왜 자기 이야기를 안 하지?”
착한 아이가 꼭 편안한 아이는 아닙니다
착한 행동 자체는 문제가 아닙니다.
배려할 줄 알고,
양보할 줄 알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생각할 줄 아는 것은 분명 소중한 능력입니다.
문제는 아이가 자신의 마음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먼저 살피기 시작할 때입니다.
어떤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그렇게 행동합니다.
하지만 어떤 아이들은 사랑받기 위해 그렇게 행동하기도 합니다.
엄마가 힘들어 보이니까 말하면 안 될 것 같고,
친구가 서운해할까 봐 싫다는 말을 못 하고,
선생님이 실망할까 봐 화난 마음을 숨깁니다.
그렇게 조금씩 자신의 마음을 뒤로 미루게 됩니다.
좋은 사람이 되어야 사랑받는다고 느끼는 아이
상담실에서 만나는 아이들 중에는 이런 말을 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제가 참으면 되잖아요.”
“친구가 더 속상할 것 같아요.”
“제가 괜찮으면 되는 거 아니에요?”
처음 들으면 배려심이 많은 아이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그런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그 안에 다른 마음이 숨어 있기도 합니다.
혹시 내가 싫다고 하면 미워할까 봐.
혹시 화내면 나쁜 아이가 될까 봐.
혹시 실망시키면 사랑받지 못할까 봐.
이런 두려움이 아이를 더욱 착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떤 아이들은 칭찬을 받아도 편안하지 않습니다.
좋은 모습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이 함께 따라오기 때문입니다.
자기 마음을 모르게 되는 순간
가장 안타까운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도 자신의 마음을 잘 모르게 된다는 점입니다.
계속 맞추는 것에 익숙해지다 보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이 싫은지,
무엇이 속상한지조차 흐려질 수 있습니다.
부모가 물어봅니다.
“뭐 먹고 싶어?”
“어디 가고 싶어?”
그러면 아이는 습관처럼 말합니다.
“아무거나요.”
정말 아무거나 괜찮은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저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을 뿐입니다.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것
이런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더 착한 아이가 되는 방법이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일 수 있습니다.
싫다고 말해도 괜찮고,
서운하다고 말해도 괜찮고,
도움을 요청해도 괜찮다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의견을 말했을 때 바로 평가하거나 설득하기보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그건 싫었구나.”
하고 먼저 들어주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해도 관계가 깨지지 않는다는 경험을 통해 조금씩 달라집니다.
착한 아이보다 자기 자신인 아이
부모는 착한 아이를 원합니다.
하지만 아이에게 더 중요한 것은 착한 아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좋을 때 좋다고 말하고,
싫을 때 싫다고 말하고,
힘들 때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것.
그것은 버릇없는 모습이 아니라 건강한 성장의 과정입니다.
어쩌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착하구나.”
라는 칭찬보다
“네 마음은 어떠니?”
라는 질문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