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하고 싶은 건 뭐야?”에 대답하지 못하는 아이

하고 싶은 일을 말하지 못하는 아이, 자기 선택이 어려운 이유

하고 싶은 일을 묻자 “모르겠어요”라고 답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선택할 마음이 없는 것이 아니라, 자기 선택이 관계를 흔들거나 실패로 이어질까 두려운 것일 수 있습니다.

진로 이야기를 꺼내면 아이가 말합니다.

“잘 모르겠어요.”

“그냥 취업할래요.”

“해도 못할 것 같아요.”

조금 전까지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말하던 아이가 어른의 한마디를 듣고 금세 방향을 바꾸기도 합니다.

학원에 다녀 보고 싶어 하면서도 부탁하기 전부터 안 될 것이라고 단정합니다.

부모는 답답하고 조급해집니다.

“네 인생인데 네가 정해야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말을 해야 알지.”

선택은 관계가 안전한지 확인하는 일이기도 하다

자기 선택이 중요한 어른의 생각과 다를 때도 관계가 안전한지 확인해야 하는 일입니다.

아이가 오랫동안 어른의 표정과 분위기를 살피며 지내 왔다면, 자신의 욕구보다 허락받을 수 있는 답을 먼저 찾게 됩니다.

이런 아이는 스스로 원하는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어 보면 마음이 전혀 비어 있지는 않습니다.

누군가에게 따뜻한 밥을 해 주고 싶고, 좋아하는 일을 배우고 싶고, 잘했다는 말을 듣고 싶어 합니다.

다만 그 마음을 실제 선택으로 옮기는 순간 실패와 거절의 위험도 함께 커집니다.

“해도 못할 것 같아”라는 말에는 자신감 부족만 있는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부탁했다가 거절당할까 봐, 기대했다가 실망할까 봐, 어른의 뜻과 달랐다가 보호를 잃을까 봐 미리 포기하는 마음이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부모 역시 흔들립니다. 현실적인 조언을 하지 않을 수도 없고, 아이가 후회할 선택을 할까 걱정됩니다.

아이의 선택을 존중하라는 말이 때로는 모든 책임을 부모가 내려놓으라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자기 선택을 존중받는 작은 경험

“나는 다른 생각도 있지만, 네가 왜 그걸 하고 싶은지 먼저 듣고 싶어.”

“지금 바로 결정하지 않아도 돼. 알아보는 것부터 같이 해 보자.”

“부탁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네가 원했다는 사실은 사라지지 않아.”

자기 목소리를 꺼내도 안전하다는 확신

아이가 다른 생각을 말해도 관계가 끊어지지 않는다는 확신 속에서 조금씩 생겨납니다.

“네가 하고 싶은 건 뭐야?”라는 질문에 아이가 바로 답하지 못하더라도, 그 침묵이 무기력만을 뜻하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아직 자기 목소리를 꺼내도 안전한지 살펴보는 시간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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