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기록 AI 요약 #1, 긴 기록을 한 번에 읽힐 때 놓치는 장면들
상담기록 AI 요약은 긴 기록의 전체 흐름을 빠르게 보여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번에 요약할수록 작은 장면과 예외가 사라질 수 있어, 다시 볼 위치를 남기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AI 상담사례 분석을 처음 시도할 때는 상담기록을 한 번에 넣고 전체 흐름을 요약해보려 했다.
상담기록 정리나 사례개념화, 슈퍼비전 준비를 하려면 우선 전체를 파악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록이 길어지면 다시 읽기가 쉽지 않다.
한 회기, 두 회기일 때는 괜찮지만 회기가 쌓이면 내담자의 변화, 상담자의 반응, 부모상담의 내용, 반복되는 주제들이 한꺼번에 섞인다.
예전 기록을 다시 펼쳐놓고 있으면 어디서부터 봐야 할지 막막해질 때가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AI가 전체를 빠르게 정리해주면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실제로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되었다.
주요 흐름도 잡아주고, 반복되는 표현도 정리해주고, 상담 과정에서 중요해 보이는 부분도 짚어주었다.
오래된 상담기록을 다시 펼칠 때의 부담을 줄여주는 면도 있었다.
그런데 몇 번 해보다 보니 이상하게 아쉬운 부분이 남았다.
전체 요약은 빨리 나오는데, 막상 내가 다시 보고 싶었던 장면들은 잘 보이지 않았다.
전체 요약만으로는 다시 볼 장면이 남지 않는다
상담기록을 다시 읽는 일은 단순히 전체 줄거리를 확인하는 일과는 조금 달랐다.
전체 흐름을 아는 것도 필요하지만, 실제로 다시 보고 싶은 것은 더 구체적인 순간일 때가 많았다.
어느 회기에서 내담자의 반응이 조금 달라졌는지.
어느 장면에서 상담자의 개입이 반복되었는지.
부모상담에서 나온 말이 아동상담 장면과 어떻게 이어지는지.
어떤 정서가 어느 순간 강해지고, 어느 순간 약해졌는지.
이런 것은 전체 요약만으로는 잘 잡히지 않았다.
요약은 사례를 넓게 보여주지만, 다시 들여다봐야 할 자리를 알려주지는 못했다.
긴 기록이 하나의 이야기로 정리될 때 사라지는 것
긴 상담기록을 AI에게 한 번에 읽히면 답변은 대체로 하나의 이야기처럼 정리된다.
초기에는 이런 어려움이 있었고, 중간에는 이런 변화가 있었고, 후반에는 이런 흐름이 보인다는 식이다.
읽기에는 좋다.
상담기록을 오랜만에 다시 볼 때는 이런 정리가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상담기록은 원래 그렇게 원활하게 이어지는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회기는 잘 이어지고, 어떤 회기는 툭 끊긴다.
어떤 날은 내담자가 많이 말하고, 어떤 날은 놀이만 이어진다.
상담자가 기다린 날도 있고, 너무 빨리 물어본 날도 있다.
부모상담에서 나온 이야기가 바로 이어질 때도 있지만, 한참 뒤에야 의미가 보이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긴 기록을 한 번에 요약하면 이런게 많이 줄어든다.
복잡한 기록이 읽기 좋은 흐름으로 바뀐다.
처음에는 그것이 좋은 정리처럼 보였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없어진 것이 생겼다.
읽기 좋은 흐름에 잘 들어맞지 않는 장면들.
아직 의미가 분명하지 않은 장면들.
강하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나중에 다시 보면 중요할 수 있는 장면들.
그런 장면들이 전체 요약 안에서는 쉽게 없어져 버렸다.
강한 장면과 작은 장면을 함께 보는 방법
상담기록을 통째로 읽히면 눈에 띄는 장면이 있다.
감정 표현이 뚜렷했던 장면.
내담자의 말이 선명했던 장면.
상담자가 적극적으로 개입했던 장면.
부모상담에서 중요한 정보가 나온 장면.
이런 장면은 AI 답변에서도 잘 잡힌다.
나도 읽으면서 “맞아, 저 장면은 중요했지”라고 생각하게 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강한 장면은 중요하지만, 강한 장면이 곧 전체 사례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상담기록에는 눈에 띄지 않지만 중요한 장면도 있다.
짧게 지나간 말.
별일 없어 보이는 놀이.
상담자가 당시에는 크게 의미를 두지 않고 적어둔 반응.
반복되던 흐름에서 아주 조금 벗어난 순간.
이런 장면들은 전체 요약에서 잘 살아남지 못했다.
AI가 일부러 놓친다기보다, 전체를 정리하는 방식이 원래 그런 쪽으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
전체 흐름을 만들려면 모든 장면을 같은 무게로 남겨두기 어렵다.
더 선명한 장면이 앞에 서고, 덜 선명한 장면은 뒤로 물러난다.
그런데 상담기록 다시보기에서는 바로 그 뒤로 물러난 장면을 봐야 할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