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짐 이야기 끝에 남은 선물

헤어짐을 앞둔 아이가 선물을 건네는 이유

상담이 끝나는 시간을 세며 선물과 꿈 이야기로 마음을 전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헤어짐 앞에서 관계를 붙드는 말과 행동을 함께 살펴봅니다.

자립시설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시기였다.

아이는 앞으로 어디에서 지내게 될지, 이제는 어떤 생활을 하게 될지 이야기했다. 그러다 문득 말했다.

“우리 이제 못 만난다니까요.”

그 말은 한 번만 나온 것이 아니었다.

상담이 끝나는 시간을 세는 아이

어느 날은 남은 만남 횟수를 세어 보았다.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만날 수 있는지 확인했다. 상담이 끝날 수 있다는 이야기가 가까워질 때마다, 아이는 그 끝을 그냥 지나가지 않았다.

헤어짐 앞에서 선물로 마음을 전하는 방식

남은 횟수를 이야기하던 아이는 잠시 뒤 선물 이야기를 꺼냈다.

“4번 만나고 나면 선물을 줘야 해.”

처음에는 선물 자체가 크게 들렸다. 무엇을 주고 싶다는 걸까. 왜 선물을 생각했을까. 어떤 물건을 말하는 걸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다시 떠오른 것은 선물보다 그 말이 나온 자리였다.

아이는 헤어짐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이상하게도 무언가를 건네는 쪽으로 움직였다.

어느 날은 늦게 도착한 뒤 음료수를 건넸다. 내가 걱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치 늦게 온 것에 대한 설명만이 아니라, 그 사이에도 나를 생각하고 있었다는 표시를 건네는 것처럼 보였다.

또 어느 날은 꿈 이야기를 하다가, 꿈속에 내가 나왔다고 말했다.

아이는 관계를 붙잡고 싶다고 직접 말하지 않았다. 아쉽다고 오래 말하지도 않았다. 대신 선물이 나왔고, 음료수가 나왔고, 꿈 이야기가 나왔다.

마지막이 가까워졌을 때도 비슷했다.

아이는 내가 원하는 것을 주겠다고 했다. 그냥 아무 선물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을 생각해보겠다는 말이었다.

그 말을 들으며 나는 다시 멈추게 되었다.

아이는 끝에 대해서만 말하고 있었던 걸까. 아니면 끝이 다가오는 자리에서도, 둘 사이에 무엇을 남길 수 있을지 찾고 있었던 걸까.

끝나는 관계 안에서도 무언가를 남기고 싶은 마음

하지만 그 장면들 속에서 점점 더 선명해진 것은 물건이 아니었다. 아이는 헤어짐을 말하면서도, 동시에 마지막까지 관계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만들고 있었다.

음료수를 건네는 일.

꿈속에 나왔다는 말을 전하는 일.

상대가 무엇을 원할지 생각하는 일.

그 모든 장면은 조금씩 다른 모습이었지만,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관계가 끝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아이는 그 관계를 그냥 사라지게 두지 않았다. 끝난 뒤에도 쉽게 없어지지 않을 무언가를 남기고 싶어 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선물 이야기는 단순히 “무엇을 줄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아이가 헤어짐 앞에서 찾은 방식이었다.

말로 오래 붙잡지는 않았지만, 무언가를 건네며 남기려 했던 방식.

끝나는 관계 안에서도, 마지막까지 이어져 있고 싶었던 아이의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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