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고 싶지만, 찾아와주길 바라는 아이”

숨고 싶지만 찾아와주길 바라는 아이, 혼자 있고 싶은 마음과 관계

숨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부모의 발소리를 기다리는 아이가 있습니다. 혼자 있고 싶은 마음과 관계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함께 있을 수 있습니다.

숨어 있으면서도 계속 듣고 있는 아이

아이가 이불 속으로 들어가버릴 때가 있습니다.

“안 나갈 거야.”

“혼자 있을래.”

분명 그렇게 말했는데,

방문이 닫히는 소리에는 또 귀를 기울입니다.

부모가 지나가는 발소리를 듣고,

자기 이름이 불리는지 조용히 기다리기도 합니다.

책상 아래로 숨어 들어간 아이가

눈만 살짝 내밀어 바깥을 보는 순간들도 있습니다.

완전히 사라지고 싶은 것 같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쉽게 다시 나오지도 못하는 마음.

아이들은 가끔 그런 식으로 관계 안에서 숨습니다.

어떤 아이들은 마음이 힘들어질수록

사람에게서 멀어지는 방식으로 감정을 견디기도 합니다.

섭섭한 일이 생겼을 때,

혼났을 때,

속상한 마음이 커졌을 때.

바로 울거나 안기기보다,

방으로 들어가버리고,

대답을 안 하고,

몸을 숨겨버리는 것입니다.

숨는 것은 관계를 끊고 싶은 뜻만은 아닐 때

정말 관계를 끊고 싶은 것과는 조금 다를 때가 있습니다.

문을 완전히 잠그지는 않고,

작게 인기척을 내고,

계속 주변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혼자 있고 싶지만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

“지금은 숨고 싶다”는 마음과 함께,

“그래도 나를 놓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동시에 존재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부르면 대답은 안 하면서도,

몇 번쯤 더 불러주길 기다립니다.

혼자 있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정말 아무도 오지 않으면 오히려 더 불안해지기도 합니다.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과,

다가오는 것이 부담스러운 마음이

아직 아이 안에서 같이 흔들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럴 때 부모는 흔들립니다.

“혼자 있고 싶다는데 그냥 둬야 하나.”

“계속 말 걸면 더 싫어할까.”

조용히 곁에 머물러 주는 부모의 역할

어떤 아이들에게는

억지로 끌어내는 것보다,

조용히 근처에 머물러주는 경험이 오래 남기도 합니다.

당장 나오지 않아도,

관계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라는 걸

몸으로 조금씩 느껴가게 되는 시간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는 숨어 있으면서도,

사실은 계속 듣고 있습니다.

누군가 아직 자기 곁에 남아 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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